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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아동을 방치(?)한 엄마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몸짱의사 2009. 7. 23. 08:24


오늘은 얼마전까지 피트니스월드에 귀한 글을 연재해 주셨던 박용우 선생님의 칼럼입니다. 박용우 선생님께서 그동안 쓰신 글을 자주 접했는데요, 이번에 보내주신 글은 그동안의 글(?)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원래는 글을 조금 편집해볼까 했는데요... 괜히 손댔다가 박용우 선생님 글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주제에 벗어날 수 있을거 같아 그대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그럼 각설하고 귀한글을 만나보시죠 ^^*


 


비만 아동을 방치(?)한 엄마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어제
[각주:1] 한 일간지에 몸무게 251㎏인 14세 소년의 엄마가 아들을 비만 상태로 방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사건은 미 전역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아들을 먹이고 돌보는 방식이 잘못됐으며 아들의 비만을 무시하고 소홀히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이 엄마의 변호인은 "아이의 엄마는 주정부의 영양 가이드라인을 지키며 아들의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이 남긴 음식을 먹는 등 엄마의 감시를 피했다"며 "엄마를 처벌하면 비만아를 둔 모든 부모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손을 들어주겠습니까?




[증례 1.]
 
2주 전 160kg인 M(남, 21세)군이 진료실을 찾았습니다. 수퍼마켓집 아들이었던 M군은 세 살 때부터 가게에 즐비하게 놓여있는 빵과 과자를 집어먹었답니다. 초등학교 때에도 통통한 편이었지만 중학교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체중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3교시를 마치고 교내 매점에 가서 빵을 잔뜩 사먹고 나서는 급식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아직 배가 부르다면서 급식을 먹지 않거나 밥을 덜어 먹는데 그는 아무런 느낌 없이 배식판에 가득 담긴 밥을 다 먹었답니다. M군은 남들보다 식탐이 많은 걸까요?  혹시 남들보다 ‘포만감’ 신호가 둔하거나 무언가 식욕조절 시스템에 장애가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지요?

 


[증례 2.]

  L(여, 28세)양은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매일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뛰고 식사도 평소의 반으로 줄였습니다.  94kg였던 체중은 2주만에 90kg으로 떨어졌지만 그 이후부터는 아무리 운동량을 늘려도 체중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식사량도 줄이고 평소 하지 않던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 왜 체중은 더 이상 줄지 않는 것일까요?




그동안 일명 <원시인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피트니스월드에 글을 연재했었지요. 여기에서 비만의 원인은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몸의 <천연 체중조절 시스템>에 결함이 생겨서 체중의 세트포인트가 상향조정된 결과라고 얘기했습니다.

비만은 ‘질병’이기도 하지만 질병의 ‘증세’이기도 합니다.  철분결핍성 빈혈 환자의 경우 빈혈은 철분보충제를 먹어야하는 질병이지만 동시에 질병의 ‘증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빈혈을 일으킨 원인이 위궤양으로 인한 출혈 때문인지, 치질 때문인지, 생리량이 많아서인지 찾아내기 위한 검사를 합니다.
 

열이 39도까지 올라간 환자가 찾아왔을 때 의사는 급한대로 해열제를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고열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진찰과 검사를 합니다. 폐렴이 원인이었다면 항생제를 처방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됩니다.  지금 ‘비만’이라는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게 ‘적게 먹이고 운동을 시키는 방법’은 폐렴 환자에게 해열제를 처방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약효가 떨어지면 열이 다시 오르듯 요요현상이 생기는 것은 원인을 찾아내어 이를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천연 체중조절 시스템을 흔들어놓는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직까지도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입니다. 인슐린저항성과 렙틴저항성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식욕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화학물질은 해마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발표되면서 머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합니다.

다이옥신 같은 환경호르몬이나 잔류농약, 중금속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조절호르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고, 최근에는 몸속의 염증반응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활성에도 관심이 높고 심지어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분포도 비만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원시인 다이어트> 글에서는 설탕, 액상과당, 흰밀가루 같은 정제탄수화물을 비만의 주범이라고 했습니다.  혈당을 급격하게 높이는 이런 음식은 인슐린을 쉽게 지치게 만들고 반응성저혈당증으로 다시 단음식을 찾는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단음식은 중독성이 있어 쉽게 끊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단음식을 찾는 데에는 만성 스트레스나 그로인한 우울감, 수면 장애 등도 영향을 줍니다.  적어도 이러한 단음식을 끊고 탄수화물의 총섭취량을 자기 신체활동량에 맞게 줄이기만 해도 체중은 줄어듭니다. 여기에 유기농 음식만 챙겨먹고 각종 오염물질을 피하기 위해 도시를 벗어나 공기좋은 시골에 살면서 매일 등산을 다닌다면 비만에서 쉽게 졸업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자, 여기서 생각을 다르게 해봅시다. 온갖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살고 있고 단돈 1000원이면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으며 농사짓던 선조들에 비해 신체활동량이 그 반의 반도 안되는 우리 현대인들은 왜 모두 뚱뚱해지지 않는 걸까요? 왜 비만유발 환경에 살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70%는 살이 찌지 않을까요?  점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여러분은 비만아동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입니까?  엄마일까요? 환경 탓일까요? 아니면 국민 건강을 책임지지 못한 정부 탓일까요?

 



글이 의문문으로 끝나네요. 저도 사실 아리까리합니다. 이 알렉산더 드레이퍼라는 소년의 어머니는 무죄일까요? 유죄일까요?

비만은 타고난 체질이 중요한 것일까요? 아니면 현대 사회라는 환경이 문제일까요? 머리가 아프네요... 다양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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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월 22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