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건강하게 사는가 또한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평균 수명은 내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면 건강 수명은 총 수명 연령에서 생활에 지장을 주는 질병이나 부상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나타낸다. 흔히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좋다'라고 말하곤 하지 않는가? 그래서 요즘에는 평균수명보다는 건강수명이라는 말이 더 부각되곤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약 81세 인데 건강수명은 71세 정도이다. 일생의 약 10년 동안 우리는 여러 질병에 시달리며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인데, 이런 상태에서 삶의 질이 좋을 리 없다. 그러다 보니 건강 관리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건강을 지켜 건강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단연 으뜸은 먹거리를 통한 건강관리이다. 오죽하면 ‘내가 먹는 것이 곧 나이다’ 라는 말이 있을까? 이렇게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육식과 채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혹자는 육식이 만병의 근원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채식만으로는 균형 잡힌 영양소 공급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육류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현명하게 섭취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완벽한 단백질의 공급원은 육류이다.
어떤 식품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 중 최근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방법은 PDCAA (Protein Digestibility Corrected Amino Acid score – 단백질 소화성에 의한 아미노산가) 이다. 이 방법은 다음 2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단백질의 질을 평가하는데
(1) 성장기 어린이들이 꼭 먹어야 하는 아미노산이 얼마나 들어있는가
(2) 대변을 통해 보는 소화-흡수율이 얼마나 되는가?
이다. 이 방법을 통해 점수를 매긴다면 각 음식 속의 단백질은 몇 점을 받을까? 다음은 몇몇 음식의 PDCAA점수이다.
위에서 보는바 대로 계란과 우유는 100점 만점 중 100점을 받았다. 소고기는 92점을 받았는데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대두콩의 점수이다. 대두콩 속의 단백질은 식물성 단백질임에도 불구하고 91점을 받아 소고기에 버금가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미노산은 필수 아미노산과 비필수 아미노산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필수’와 ‘비필수’의 의미는 필요한지 불필요한지의 의미는 아니다. 부족하게 섭취하면 부족한대로 몸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음식으로 꼭 섭취해주어야 하는 아모니산이 ‘필수 아미노산’이고 부족하게 섭취 하더라도 다른 아미노산을 재료로 체내에서 합성이 가능한 아미노산을 ‘비필수 아미노산’이라 말한다. 그 동안 육류의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 단백질이라고 말하고 곡류나 콩류의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한 두 가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불완전 단백질이라 말하곤 하였다. 그런데 PDCAA 법을 통한 점수법에서는 대두콩의 경우 소고기에 버금가는 점수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콩이 육류만큼 완벽한 단백질의 공급원이라는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방법은 혼합식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한가지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는데 그런 경우 PDCAA법에 의한 점수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1g의 통밀 속 54점짜리 단백질을 100점짜리 단백질로 만들기 위해 소고기는 1g만 함께 먹어주면 되지만 대두콩은 6.2g을 같이 먹어주어야 한다. 단독 섭취시에는 같은 점수를 받았지만 혼합식에서는 무려 6배나 많은 양의 콩을 섭취해야만 소고기 단백질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혼합식을 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두콩을 제외한 나머지 식물성 단백질은 PDCAA 점수 자체가 낮다. 예를 들어 검은콩은 75점, 땅콩은 52점이다. 이처럼 누가 뭐래도 영양학적인 이론으로 따지고 보면 가장 완벽한 단백질 공급원은 육류를 통한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단백질은 몸의 근육이나 항체와 같은 구조를 만들고 보수,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성장기의 청소년 성장과 임산부와 태아의 영양 공급에 핵심적인 영양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류는 다양한 성인병, 서구형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왜 그럴까?
문제는 포화지방이다.
육류 섭취의 문제는 육류 섭취 그 자체가 아니다. 육류는 함께 필연적으로 섭취할 수 밖에 없는 ‘포화지방’의 섭취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방이라고 다 같은 지방이 아닌데 그 모양에 따라 포화지방과 불포화 지방으로 구분한다. 포화 지방은 지방을 구성하는 탄소 원자가 수소 원자에 의해 완전히 포화된 형태로 상온에서는 고체, 온도가 올라가면 액체로 바뀌는 지방으로 삼겹살의 기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반면 불포화 지방은 언제나 액체로 존재하는데 참기름, 들기름이 이에 해당한다. 포화 지방의 경우 과도한 섭취를 하면 몸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것이 혈관에 쌓이면 혈관 내벽을 좁게 만들고 이에 의해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포화지방 섭취에 의한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대장암과 같은 서구형 질병의 발병 증가이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동물성 지방의 섭취량이 많은 나라에서 대장암 발생이 높게 나타나는데, 육류 중에서도 특히 붉은색을 띈 육류가 대장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포화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간에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의 생성과 분비가 증가되어 대장 내 담즙산의 양이 많아지고 대장 내 세균들이 이들을 분해하여 2차 담즙산, 콜레스테롤 대사 산물과 독성 대사산물을 만든다. 이들이 대장세포를 손상시켜 대장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부위 선택, 조리 방법만 신경 써도 걱정을 줄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육류는 가장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지만 그와 함께 포화지방의 주된 공급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똑똑하고 건강하게 육류를 섭취할 수 있을까? 몇 가지 팁을 통해 포화 지방 섭취를 최소화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부위 선택과 조리방법이다. 붉은 육류의 경우 조리하기 전 육류의 상태로 대략적인 포화지방 함량을 예측하여 포화지방 함량이 적은 부위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조리방법은 튀기기 보다는 굽거나 삶는 것을 추천한다. 육류의 종류별로 추천하기도 하는데 가금류가 상대적으로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금류 중 가장 많이 소비되는 닭고기의 불포화지방산 비율은 67.1~68.4%으로 돼지고기(57.2%~57.3%), 소고기(59.2~58.7%)보다 높다. 또 닭은 지방(껍질)과 살코기(근육)가 분리돼 있어 껍질만 벗기면 쉽게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붉은 육류라도 부위 선택과 조리 방법만 잘 선택하면 육류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포화지방 섭취를 최소화 할 수 있으니 가금류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여 근육을 늘리는 보디빌더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는 닭 가슴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소고기의 우둔살과 같이 포화 지방이 적은 부위 또한 즐겨 섭취하는 부위다. 최근 다이어트 열풍, 몸짱 열풍이 불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일반인들도 닭 가슴살을 많이 먹는데 필자는 비만 진료, 다이어트 관련 상담을 하면서 닭 가슴살만 고집할 필요 없다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붉은 육류의 경우 조리하기 전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여 부위 선택만 잘하여도 도움이 되는데 하얀 포화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함께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고 총 섭취 칼로리 섭취를 줄여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삼겹살 대신 목살을 선택하여 보쌈으로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카레용 안심으로 나오는 돼지 앞 다리살도 포화지방이 적은 부위기 때문에 체지방 증가의 걱정을 줄이면서 근육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소고기는 우둔살을 가지고 짜지 않게 장조림을 만들어 먹는다면 건강과 근육 증가, 다이어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만병의 근원이 육류에 의한 것이라 말하는 등 육식의 위험성을 과대 포장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필자는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무엇이던 과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육류도 마찬가지인데 과도한 육류 섭취는 문제가 될 수 있듯이 반대로 과도한 제한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생기는 과도한 스트레스 보다는 적당히 먹으면서 즐기는 식습관이 건강에는 훨씬 이로울 것임은 자명한 이치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