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정형외과 박상준의원 공식 블로그

박상준원장/인터뷰 & 방송출연

탄수화물은 건강의 적? 탄수화물은 억울하다!

몸짱의사 2011. 10. 19. 10:45

 


빵, 과자, 국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탄수화물은 가히 ‘적’으로 표현된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무조건 지방을 적게 먹는 것보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단 다이어트뿐만 아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건강의 적으로도 꼽힌다.

최근에는 과자나 케이크 종류를 자주 먹으면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왓다. 포도당을 적게 섭취하면 당뇨 예방은 물론 장수, 암 예방에도 좋다거나 정상체중을 가진 사람도 간식을 자주 먹거나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탄수화물이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탄수화물' 을 적당량 먹으면 혈당을 천천히 올려 운동의 에너지원이 되면서 운동할 의지도 만들어지고 아까운 근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반면 '나쁜 탄수화물' 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빨리 허기지게 만들고 탄수화물 맛에 중독되게 한다. 생물체의 필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어쩌다 건강의 적처럼 공격받고 있는 걸까?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탄수화물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만 그 중 에너지, 즉 칼로리를 내는 것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가지이다. 그 외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내는 과정을 연결해주는 필수적인 요소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에너지, 즉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에너지원으로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물론 단백질도 g당 4kcal의 에너지를 내지만 단백질의 주된 역할은 에너지원으로써의 역할이라기 보다는 우리 몸의 세포와 골격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이렇게 우리 몸의 에너지원의 가장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탄수화물과 지방이지만 탄수화물은 지방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 세포는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탄수화물만을 고집한다. 물론 탄수화물 공급이 완전히 제한되어 시간이 흐르면 뇌의 적응력에 의하여 지방에서 유도된 ‘케톤체’라는 것을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며 우리의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뇌 세포는 탄수화물만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즉 뇌는 밥만 먹고 산다고도 말해볼 수 있다. 뇌의 이러한 독특한 특성 때문에 우리 몸은 어떻게든 혈당, 즉 혈액속의 포도당[각주:1]의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뇌 세포로의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게 되므로 뇌의 기능이 떨어지며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 의식을 잃게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탄수화물은 그 저장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저장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근육에 300g 간에 100g 정도로 이는 1600kcal 정도이며 하루 정도만 완전히 단식을 하면 그 저장량이 모두 고갈된다. 반면에 지방은 g 당 칼로리도 높으면서[각주:2] 그 저장량도 무궁무진하다. 일반적인 남성의 경우 체중이 70kg이면 체지방량은 대략 10kg 정도이며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77000kcal 에 해당된다. 탄수화물 저장량과 비교를 해보아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장지방[각주:3]에서 탄수화물로의 전환은 그 효율이 떨어지는데 반해 우리가 섭취하고 남은 탄수화물은 쉽게쉽게 지방으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지방은 유산소성 운동만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그 저장량이 많아 운동 전 지방 섭취량에 따라 운동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탄수화물은 유산소성 운동과 무산소성 운동 모두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그 저장량이 제한되어 있어 운동 전 몸 속 탄수화물의 저장량에 따라 단기간에 큰 힘을 사용하는 무산소성 운동 뿐만 아니라 장기간동안 지속하는 유산소성 운동 능력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좋은 경기 기록을 내기위한 선수들의 식사 요법은 시합 전 몸 속 탄수화물 저장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도록 고안되어 왔다.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의 역할은 이렇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탄수화물의 섭취와 고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탄수화물은 우리가 무조건 피하고 멀리해야 할 영양소가 아니라 잘 다스리고 조절해서 섭취해야 할 영양소인 것이다.

탄수화물 다스리기, 이렇게 하자

양날의 칼 탄수화물 다스리기, 그 첫 번째는 ‘섭취량’ 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다루겠지만 탄수화물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그 ‘양’이다. 탁구공은 아무리 세게 던져도 유리창이 깨지지 않지만 야구공은 살살 던져도 쉽게 유리창이 깨지듯이 그 양을 조절하는 것이 탄수화물 다스리기에 제1 원칙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탄수화물은 우리가 활동 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실제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활동할 또는 운동할 기력이 떨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 양이 과하면 탄수화물 저장고가 많지 않아 금새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 활동량에 따라 탄수화물 전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자동차를 끌고 나가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가 집에 와서 티비를 보는 직장인과 하루 종일 발로 뛰는 운동 선수가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 필요할리 없기 때문이다. 즉 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 적절한 양의 탄수화물은 활동량이 적은 사람에게는 차고 넘쳐 지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과도한 탄수화물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다스리기 그 두 번째는 ‘종류’ 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듯이 탄수화물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이 있는데 그 가장 큰 차이점은 섭취 후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올리느냐이다. 나쁜 탄수화물은 섭취 후 혈당을 급격하게 증가시켜 그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급격하게 자극하는 한편 좋은 탄수화물은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특징을 가진다.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탄수화물은 그 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말과도 같으며 그에 따라 다음 식사 시간이 오기도 전에 배고픔을 느끼게 되며 짧은 시간동안 과도하게 증가한 몸 속 탄수화물은 그 저장고를 채우고 넘쳐 결국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또한 이러한 ‘나쁜’ 탄수화물은 그 자체가 우리의 머릿속에 그 맛을 각인 시키고 그 맛을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중독성과 같은 작용을 나타낸다.

이렇게 ‘나쁜’ 탄수화물로 대변되는 탄수화물이 바로 정제된 탄수화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로지 단맛 더하려 청량음료, 도넛, 과자 등등에 첨가되는 설탕과 같은 첨가 탄수화물이다. 우리의 주식인 쌀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나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정제된 흰 쌀만으로 밥을 하여 섭취하는 경우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빠르게 자극하지만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섭취하는 경우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좋은’ 탄수화물 섭취법인 것이다.

추가적으로 탄수화물은 단독으로 섭취하는지 다름 음식들과 함께 섭취하는지에 따라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차이를 나타낸다. 단백질이나 지방과 함께 섭취하는 경우 탄수화물만 단독으로 섭취하는 것에 비하여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리 분비를 서서히 자극한다. 그런 의미에서 밀가루로 만든 면류의 경우는 쌀보다 조금 더 불리한 면이 있다. 왜냐하면 쌀은 섭취할 때 보통 다른 반찬들이 항시 존재하여 함께 섭취하는 형태임에 반해 면류의 경우 하얀 밀가루로 만든 정제 탄수화물이면서 그 외의 반찬 없이 오로지 면류만 섭취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잔치국수를 예를 들어보면 하얀 면에 단지 김치만을 얹어서 한끼를 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밥에 각종 나물 반찬과 생선구이 한 토막을 얹어서 섭취하는 것에 비하여 좀 더 급격히 혈당을 상승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 몸의 반응을 이해한다면 밀가루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 보다는 이에 맞는 적절한 방법, 즉 가능한 정제 밀가루는 피하고[각주:4] 섭취 시 다른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여 준다면 똑똑한 밀가루 섭취법이 될 수 있다.

 

좋은 탄수화물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탄수화물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영양소가 아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대사의 중심에 있으며 이의 섭취량이 줄어들면 뇌 기능이 떨어지며 활동할 힘과 의지가 줄어들게 된다. 반면 그 양과 종류를 과하게 섭취하면 쉽게 지방으로 저장되어 몸에 쌓이게 되고 혈당을 급격하게 올려 반응성 저혈당으로 인해 좀 더 빨리 허기를 느끼게 되고 그 맛에 중독되어 그 맛을 찾게 만드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움직임은 점점 줄어들고 값싸고 입맛을 자극하는 탄수화물 음식들을 쉽게 먹을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에게 맞는 적당량의 좋은 탄수화물 섭취를 한다면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KISTI 의 과학향기' 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고된 링크바로가기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4793
  1. 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의 형태 중 한가지 [본문으로]
  2. 체내에서 g 당 약 7.7kcal [본문으로]
  3. 중성지방 [본문으로]
  4. 흰 빵 보다는 잡곡빵으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