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미각이 존재할까요?
혀가 느끼는 맛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입니다.
여기에 최근 일본 학자가 주장하는 umami (조미료에 들어가는 MSG의 맛, 단백질이 풍부한 느낌의 맛)이 더해져 다섯가지 맛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호주 디킨(Deakin) 대학 연구팀들은 ‘지방 맛’(fat taste)을 추가해야 하며 이것이 비만을 줄이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해서는 혀의 맛봉우리에 화학물인 '지방산'을 인식하는 수용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람의 미각에도 존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난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을 느끼고 있는데 이게 지방맛이지 무슨 소릴 하는거야?"
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그건 지방을 질감으로 느끼는 것인데 지방을 구성하는 '지방산'의 화학적 구조물을 맛수용체가 인식하는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죠.^^
연구 결과를 보면 연구대상자들에게 무지방우유에 지방 함량을 조금씩 다르게 첨가해서 지방맛을 느끼는 역치(threshold)를 조사했습니다. 지방량에 따른 맛을 느끼는 수준은 사람들마다 크게 달랐는데 지방맛에 “예민한” 사람들은 “둔감한” 사람들에 비해 지방이 함유된 음료를 민감하게 찾아냈고 이들은 체중도 훨씬 덜 나갔습니다.
연구책임자인 러셀 키스트(Keast) 박사는
"지방맛에 예민한 사람들은 실제 식사에서도 지방 섭취량이 더 적었다.”
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번 논문이 여섯번째 미각으로 지방맛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지방맛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지방맛이 있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프랑스 버건디대학 연구팀들은 사람에게도 CD36수용체(지방맛 수용체)가 있으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음식이 부족하면 고에너지 음식을 찾아먹어야 하기 때문에 지방맛을 찾는 감각기관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동물실험에서 유전적으로 CD36이 생성되지 않게 조작한 쥐를 정상쥐와 비교해보니 정상 쥐가 지방이 많은 음식을 일부러 찾아먹는 반면 유전자조작을 가한 쥐는 지방을 찾아다니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만의 시작은 입안에 들어온 음식을 감각기관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지한 것을 뇌에 전달하고 이것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있을 때부터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웰빙 바람에 편승하여‘팻-프리(fat-free)' 제품이 많이 나왔음에도 많이 팔리지 않았다는 건 미각에 대한 자극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현대인들이 알게모르게 단맛, 짠맛, 지방맛에 둔감해져 간다면 점차 이들 음식섭취량이 늘어날 것이고 이것이 비만으로 이어지는 또하나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요?
단맛이나 기름진 맛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