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A양은 거의 대부분의 젊은 여성이 그러하듯 1년 365일, 20년간 언제나 다이어트 중이다. 그녀는 항상 음식과 싸움을 한다. 오늘도 점심 식사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고민이 시작된다.
이건 칼로리가 너무 높은 음식이 아닐까? 중국 요리는 기름기가 많으니 피해야겠지? 이걸 먹으면 오늘 운동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걸까? 이걸 먹고 운동을 할까, 아니면 먹지 말까?.....................
수많은 고민속에 음식과 메뉴를 정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또 다른 싸움이 기다리고있다. 배는 부른데 왠지 이렇게 끝내기엔 허전하다는 느낌이 그것이다.
회사 1층에 있는 xx벅스에서 향기로운 커피냄새를 맡으며 입안 가득 크림이 퍼지는 느낌, 촉촉한 초코케잌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을 느껴야만 식사를 마무리 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냥 이대로 식사를 마치기엔 뭔가 아쉽다....
이상하다!! A양은 분명히 '포만감'을 느낄정도로 식사를 했는데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향기로운 커피향과 달콤한 케잌 한조각 생각뿐이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달콤한 케잌이 그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1) 설탕과 지방, 그리고 소금!!!
설탕과 지방, 그리고 소금의 완벽한 배합은 마치 마약과 같은 힘을 낸다. 이 조합을 환상적으로 할 수록 '음식 마약' 의 힘은 강해진다. 즉 설탕과 지방, 소금의 삼박자가 완벽하게 갖춰진 음식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음식 마약은 나의 머리속에 '흉터'를 남긴다.[각주:2]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머릿속에 흉터로 자리잡은 설탕, 지방, 소금의 환상적인 조합은 그와 연관된 작은 단서 하나로도 참을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2) 은은한 향, 화려하고 예쁜 모양,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가는 느낌...
우리가 음식을 먹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음식의 향, 다양하고 예쁜 모양, 씹을때의 질감과 목에서 넘어가는 느낌등.... 이 모든것이 조화되어 하나의 음식이 나에게 각인된다.
따라서 길거리에서 우연히 맡게되는 커피향은 위에서 말한 음식마약의 충동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다.예전 애인과 커피숍에서 가졌던 즐거운 기억이 남아있다면 그런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 하나에 시각, 후각, 촉각등 다양한 감각요소를 넣을수록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겉모양, 향, 목넘김, 식당의 인테리어, 광고문구 등.... 다양한 감각을 하나의 음식에 넣는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숨겨져있다.
언제나 다이어트를 하는 A양이 배가 부른데도 칼로리가 매우 높은 카라멜 마끼야또와 초콜릿 무스 케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 음식안에 환상적으로 조합 된 설탕,지방 그리고 소금의 조합은 마치 마약과 같은 작용으로 한번 먹고 그 맛을 알면 헤어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요소이다.
XX벅스를 지나가면서 은은한 커피향을 맡고 진열된 케잌을 보는 순간, 이것은 음식 마약에 대한 갈망을 폭발시키는 기폭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날 상사로부터 한소리를 들었다면 이러한 갈망은 이제 더는 참기힘든 치명적 유혹이다.음식 마약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 이전의 경험은 그녀의 머리속에 각인되어있다가 그녀의 목구멍에서 튀어나와 앞에놓인 음식 마약들을 쓸어담아 뱃속으로 우겨넣는다...
결국 이러한 과정은 언제부터인가 '습관' 이 되어 버린다. 내가 점심을 먹고도 XX벅스에서 커피와 조각케잌을 먹는것은 내가 들러야 할 당연한 순서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하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과식의 종말이라는 책에서는 앞에 말한 이런 과정들을 '단서-충동-보상-습관' 이라 말하고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조건반사 과잉섭취' 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런 악의 순환이 이어지게 만든 주범이 바로 '현대의 식품 산업' 이라 말한다.
현대의 식품 산업은 가장 적절한 설탕, 지방 그리고 소금의 비율을 연구하고 음식에 적용해간다. 그 결과 그들은 어떻게하면 가장 환상적인 음식 마약을 만들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 향, 식감을 음식안에 넣어 음식 마약에 대한 욕구가 폭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폭제를 숨겨놓는다. 언제 어디서든 이 기폭제에 불이 붙을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이곳에 오면, 그리고 이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질 것이라 유혹한다. 그리고 어디서든 좀 더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수많은 아이디어를 짜낸다.
내가 배가 부르게 밥을 먹고도 카라멜 마끼야또에 초콜릿 무스케잌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나에게 '악세사리 위'가 달려있거나 나의 의지에만 달린것이 아니라 '현대 식품 산업의 음모' 라는 거다.
이 책은 간만에 만난 '정말 좋은책'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A. 케슬러는 전 FDA국장을 지냈고 현재 소아과 의사로 일하는 분 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현대 식품 산업에 대처해야 할 우리의 자세를 '담배의 역사' 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수십년 전만 해도 담배는 해롭다는 느낌보다는 멋지고 터프한 남성의 상징이었습니다. 가죽 자켓을 걸치고 담배를 물고있는 제임스 딘의 모습은 뭇 남성과 여성의 동경의 상징이었지요.
그런데 그러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담배는 더이상 멋진 기호식품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담배는 건강에 해롭고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해를 끼치는 기피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현대 식품 산업도 이전의 담배가 걸었던 수순을 걷게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나를 잠시 기쁘게는 할 수 있지만 결국엔 자신에 대한 좌절감, 불쾌함을 느끼게 하고 나의 건강을 망치는 '칼로리만 높고 영양가치는 떨어지는, 설탕, 지방, 소금이 잔뜩들어 층층히 쌓인 음식' 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변화하는 노력은 결국 정부나 사회차원에서 가능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노력없이 개개인의 의지만으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마약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은 힘들다는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십분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책 감수를 하신 박용우 선생님의 글 한구절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비만 치료가 '무조건 적게 먹는 것'만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책이 나와서 반갑기 그지없다.
PS : 이 책은 관련 전문가용 책이라 생각됩니다. 혹시나 일반 독자분들이 구입하셨다가는 낭패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관련 일을 하신다면 강추도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