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월드 몸짱의사입니다. 오늘은 3년동안 어깨 통증을 무시하고 골프를 치다가 결국은 어깨 힘줄이 끊어진 남자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얼마전 진료실로 50대 중반 정도의 남자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나 :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남자 : 어깨가 아파요...
이 환자분의 챠트를 보니 병원에 처음 오신건 2011년이었습니다. 그때도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오셨습니다.
나 : 이전에도 어깨가 아파서 오셨네요? 또 아프세요?
남자 : 네, 그동안 지낼만 하다가 다시 아프네요.
나 : 예전에 아팠던 그쪽 어깨가 계속 아픈거에요?
남자 : 네 예전부터 아프던 어깨에요
나 : 어떤일을 하세요? 팔을 많이 쓰는 일을 하세요? 아니면 운동을 좋아하세요?
남자 : 골프를 좋아해요....
환자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예전부터 골프를 너무너무 좋아하시던 분으로 통증이 아주 심할때 1년에 한두번 정도 치료를 받고 통증을 가라앉힌 후 다시 골프를 치고, 버틸만하면 참으면서 골프를 치다가 다시 통증이 심하면 병원에 다시 와서 치료받고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나 : 그럼 지금도 골프는 계속 치세요?
남자 : 참고 치다가 한달전부터 통증이 너무 심해서 지금은 쉬고 있어요...
진찰을 해보니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도 많이 줄어들어있고 옷을 입고 벗는 동작도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는 것으로 어깨에 탈이나도 제대로 탈이 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깨 x-ray를 찍고 초음파 검사로 어깨 회전근개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상태가 심각했습니다. 어깨관절의 안정성을 지지해주는 가장 중요한 힘줄인 '회전근개 (rotator cuff)'라는 것이 있는데 이 회전근개 중 하나인 '극상극(supraspinatus)'가 거의 다 파열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극상극 초음파 사진 좌측부터 2011년 2012년 2013년
어께통증
초음파 사진을 보면 아픈 어깨의 극상근이 해를 거듭할수록 가늘어져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2012년 초음파 사진에서도 힘줄내 검게 보이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당시 이미 상당부분 파열이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고 이 남자분은 적어도 그때부터 골프를 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나 : 상태가 많이 안좋으신데요?
남자 : 어떤가요?
나 : 어깨의 안정성을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힘줄인 극상근이라는 힘줄이 거의 파열되어 있어요.
어께통증
왼쪽에 보이는게 아픈 좌측 어깨의 힘줄인데요 멀쩡한 오른쪽이랑 비교해보면 문제가 보이죠? 우측에 비해 좌측의 힘줄이 가늘어져 있고 뼈도 지저분하게 우글우글 거리잖아요? 오랜기간 염증이 반복되면서 뼈에도 변성이 오고 힘줄은 점점 닳아 없어져가고 있네요
남자 : ....
나 : 이제 골프는 그만 치셔야 할거 같은데요....
남자 : ....
나 : 상태가 안좋아요. 골프 쉬실 수 있죠?
남자 : ....
골프를 쉴 수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환자분은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어깨 힘줄이 끊어지는 통증보다도 골프를 통해 얻는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일까요? 이런 경우 어깨의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치료과 과연 이 환자분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인지 의문이 들곤합니다. 차라리 아픈 상태로 두면 운동을 안하고 그러면 어깨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오히려 막을 수 있을텐데... 하는 의문 +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중독중 가장 나은 중독이 '운동 중독'이야
라고 합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이런 분들을 보면 운동 중독도 다른 중독 못지않게 건강을 해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過猶不及(과유불급)
옛말 틀린말 하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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