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트니스월드의 Dr. 유부빌더입니다. 오늘 당직 근무를 서는 중에 인터넷 뉴스를 통해 임수혁 선수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야구라는 운동을 그리 즐겨보지 않지만 임수혁 선수의 소식은 처음 야구장에서 쓰려졌을때 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의사로써 관심을 가졌던 가장 큰 이유는 임수혁 선수가 쓰려졌을 당시 심폐소생술이 늦었고 그에따라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기사를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 진위야 실제 현장에서 지켜본 것이 아니고 그저 언론을 통해 건너 들은 것이기에 제가 이렇다 저렇다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조금은 조심스럽게 글을 올리는 것은 '심폐소생술'에 관하여 의사로써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인턴시절 응급실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조금은 한가로운 오후, 119로부터 응급실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119 : 지금 심폐소생술 필요한 환자 한명 이송합니다. 준비해주세요~!
간호사 : "선생님 119에서 심폐소생술 필요한 환자를 이송하고 있답니다~!!
유부빌더 : 아 넵~!!! (살짝 긴장....)
대략 1~2분정도 지났을까요? 저 멀리서 119의 요란한 싸이렌 소리가 들리더니 119 구급대원 분들이 환자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환자는 응급실 중앙에 위치한 심폐소생술 전용 자리에 눕혔습니다.
응급실 간호사들이 혈압, 맥박등을 모니터링하는 기계를 분주하게 부착하는 중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부빌더 : 어...잠깐만....맥박이 잘 잡히는데???
간호사 : 네??
유부빌더 : 맥박이 정상적으로 잘 잡힌다구요...그러고 보니 호흡도 있네?? 뭐야??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고 연락받았던 그 환자는 호흡과 맥박이 정상인, 심폐소생술이 필요 없는 환자였습니다. 환자는 심폐소생술 전용 방에서 일반 환자 자리로 옮겨졌습니다.
119측에서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는 119의 말만 믿고 1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환자의 갈비뼈라도 몇개 부러트려 놨다면??? 아마 전 지금쯤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2
심폐소생술 할까? 말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비의료인 여려분들께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죠.
1. 도대체 어떤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것일까요? (답을 보시려면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2. 사람이 쓰러져 의식이 없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봐야 할 것은?
3. 길거리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서 거품을 물면서 간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까요?
4. 당뇨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맞는 우리 할머니가 아침에 깨워도 일어나질 않고 의식이 없으십니다. 병원에 가기전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까요?
자 위의 질문에 올바르게 답변 하셨나요?
누군가와 같이 있다면? 옆사람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보세요.
위에서도 봤듯이 심폐소생술을 할지? 말지?는 우선 의식이 있는지 확인 후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비의료인이 호흡과 맥박을 정확히 확인하는게 쉬운일일까요?
자 지금 옆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옆사람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 보세요. 아마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테니 옆사람은 호흡과 맥박이 모두 잘 확인이 되어야 할 겁니다.
확인이 잘 되시나요? 어떻게 확인 하셨나요?
호흡과 맥박을 확인해보라는 유부빌더의 말에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거지?? 살아있는 사람이니 호흡과 맥박이 있긴 할텐데 잘 모르겠네??? 갸우뚱~;;;;;;;;;;;;;;
이런 분들이 아마 많으실 겁니다.
그럼 정말로 내옆에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침착하게 의식, 호흡과 맥박을 확인할 수 있는 비의료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처럼 '심폐소생술을 어떻게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심폐소생술을 할 사람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것 조차도 비의료인에게는 쉬운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신속한 심폐소생술은 중요하다. 하지만 쉽진 않다!!!
신속한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데 너무너무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몇 분 더 일찍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느냐에 따라 그 환자가 걸어서 병원을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영영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의 운명을 갈라놓을 황금시간을 의사들이 곁에 없는 병원 밖에서 놓쳐버리기 쉽다는게 현실입니다.
또 귀중한 생명이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가족들과 지인, 그리고 팬들의 슬픔을 위로할 길이 없네요.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심폐소생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널리 보급되길 빌어봅니다.
*관련 링크 : 대한심폐소생 협회
PS : 위에서 언급한 유부빌더의 경험담은 극히 드문 일일 겁니다. 지금도 수고하시는 119 구급대원분들에 대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