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정형외과 박상준의원 공식 블로그

박상준원장/통증이야기

아들 병간호로 수술 할 수 없다는 할머니 이야기 (회전근개 파열, 무릎 석회화 염증, 당산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몸짱의사 2013. 8. 27. 10:48




피트니스 월드 몸짱의사입니다. 오늘은 좀 슬픈 환자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깨가 아프셨고 최근에 손녀를 봐주면서 어깨 뿐만 아니라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는 할머님 한분이 진료실에 들어오셨습니다.


나 : 어디가 아프세요?


할머니 : 무릎이랑 어깨가 아파요.


나 :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할머니 : 어깨 아픈건 거의 수십년 되었고 무릎은 3~4년전부터 아파요...


나 : 근데 왜 이제 오셨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아픈 통증을 그대로 놔두셨다는 할머니는 진료실에서 보니 어깨는 통증도 심하고 가동범위도 많이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무릎은 내측으로 압통[각주:1]도 있었구요. 엑스레이와 무릎 - 어깨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우선 무릎을 보니 우측 무릎 내측 부위에 하얗게 보이는 덩어리들이 관찰됩니다.(위 사진) 초음파에서도 하얀 조각들이 보이고 주위로 염증반응이 보입니다 (아래사진) 이 하얀 조각들은 보통 '석회화'라는 것으로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생길 수 있지만 염증을 방치한 경우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이 석회화에 의해 염증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무릎 인대 주변에 생긴 석회화 건염에 의해 통증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근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어깨에 있었습니다. 수십년간 묵힌 어깨 통증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작지만 어깨 관절의 안정에 가장 중요한 '회전근개'라고 불리는 4개의 근육이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초음파에서 보면 4개의 회전근개 중 견갑하근과 극상근, 무려 2개나 파열되어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안좋다 보니 이두근 힘줄 과 점액낭 주변에도 염증 소견이 보이고 있었습니다.


나 : 할머니.... 어깨가 너무 안좋아요..... 힘줄이 두개나 끊어져 있네요.....


할머니 : 그래요? 나을 순 있겠어요?


나 : 주사나 약물 치료로는 완전히 낫게는 못해요. 그러려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하실 수 있겠어요?


할머니 : 수술은 못해요.....


할머니가 수술을 못하신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들이 장가를 가서 딸을 낳고 그 아이가 5살인데 지금 아들이 말기암으로 투병중이라는 겁니다. 아들이 아프니 손녀를 할머니가 맡아서 돌보고있어 수술은 엄두도 낼 수 없으시다는 겁니다.


할머니 : 어차피 수술은 못하니까 그냥 치료해줘요


나 : 네..... 완전히 낫게는 못해드려도 지금보다 훨씬 덜 아프고 편하게 해드릴 순 있어요. 대신 무리하시면 안되요.... ....  ....  너가 손녀구나 몇살이니?


손녀딸 : 5살이요....


나 : 이제 다 컸네(?) 할머니 아프니까 업어 달라고 떼쓰면 안되?


손녀딸 : 네......


할머니는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으시면서도 연신 손녀딸이 똑똑하고 착하다며 자랑을 하십니다. 손녀딸도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 손을 꼭 잡고 걱정되는 눈빛으로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몇 주간의 치료가 진행되면서 할머니는 처음보다 훨씬 통증이 가라앉고 생활하기 편다하고 좋아하십니다. 손녀딸도 업어 달라거나 안아 달라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하십니다. 병원에 오실때마다 손녀딸이 함께 오는데 여러가지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아이가 그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입니다.


사실 할머니가 연세가 꽤 있으셔서 어깨 수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수술 후 재활을 하실 수 있을지도 의문이긴 합니다. 수술한다고 모두 완치가 되거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시는건 아니기 때문이죠. 젊고 활동을 많이하는 젊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할머니 처럼 연세가 드신 분들에게는 수술이 최선의 치료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환경 때문에 그 아픈 어깨를 가지고 제대로 치료 받지도 못하는 할머니, 아픈 아빠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마음껏 어리광도 부리지 못하는 그 손녀딸을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들춰보면 세상에 가슴 아픈 이야기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하다보면 구구절절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이 만나게 되지만 저도 딸을 키우는 아빠이다보니 이 할머니와 손녀에게 더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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