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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댓글을 잘 달지 않지만 몇자 적어봅니다. From 박용우 선생님...

몸짱의사 2009. 5. 25. 17:33

 

-트랙백 걸어놓은 논문 리뷰에 관한 박용우 선생님의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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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적인 분들이 많아 아주 반갑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이런 논문을 읽을 때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NEJM에 연구논문이 실리는건 학자들로선 정말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미국에서도 NEJM에 논문이 실리면 학자들간 대접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NEJM이나 JAMA에 논문을 싣기 위해선 몇가지 필요충분조건이 필요합니다. 연구디자인이 깔끔해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구요, 연구대상자의 수와 연구기간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800여명이 넘는 대상자로 2년간 전향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고 하면 실릴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저도 논문을 많이 써봤기 때문에 논문을 읽을 때 여러 가지를 눈여겨 봅니다.  “거대영양소의 조성 비율이 체중감량에 차이가 없더라”는 결론은 아직까지 일치하지 않은 견해이기에 논문을 꼼꼼하게 보게 되는데요. 이 논문도 발표되자마자 뉴욕타임즈에 소개되면서 빠르게 전세계 언론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관심있게 읽었죠.


제가 논문을 읽고 난 느낌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우선 연구대상자들입니다. 평균연령이 51세입니다.  2007년도에 유행다이어트의 체중감량 효과를 비교해본 논문이 있었는데요(Comparison of the Atkins, Zone, Ornish, and LEARN Diets for Change in Weight and Related Risk Factors Among Overweight Premenopausal Women. The A TO Z Weight Loss Study: A Randomized Trial. JAMA. 2007;297:969-977.)  1년 후 체중감량 정도를 보았을 때 앳킨스 다이어트가 다른 세 다이어트를 제치고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 전까지는 처음 6개월 동안은 앳킨스 다이어트가 효과가 있지만 1년이 지나면 체중감량효과가 다른 다이어트 방법들과 비슷하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왜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와 달리 1년 후에도 여전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을까요?  이유는 연구대상자의 차이에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서 대상자는 25-50세의 폐경 전 젊은 여성들이었습니다. 체중이나 몸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연령층입니다. 당연히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했고 1년 후까지 철저히 다이어트를 시행한 대상자 수가 높았습니다(이것을 연구에서는 adherence가 높았다고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adherence가 높았습니다.)  이 연구에서처럼 평균연령이 51세라면 체중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나이이기 때문에 2년동안 교육받은 대로 적극적인 다이어트를 유지한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고지방(40%)-저지방(20%), 고단백(25%)-평균단백(15%), 고당질(65%)-중등도당질(35%)로 나누어 비교하는 것으로 연구디자인을 정했습니다.


Table 2를 보면 저지방-평균단백 그룹은 6개월째 당질 57.5%, 단백질 17.6%, 2년째 당질 53.2%, 단백질 19.6%로 나타나있고, 저지방-고단백 그룹은 6개월째 당질 53.4%, 단백질 21.8%, 2년째 당질 51.3%, 단백질 20.8%입니다.  단백질섭취가 10%의 차이가 나야 함에도 실제 연구에서는 6개월째에는 4.2%, 2년째에는 불과 1.2%의 차이만 보이고 있습니다.  Adherence를 보는 biomarker에서도 소변의 nitrogen 양이 2년째에는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연구 대상자들이 애초 계획한 대로 다이어트를 시행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모든 그룹에서 처음 6개월 동안은 체중이 줄었지만 12개월이 지난 다음부터는 다시 체중이 늘었습니다. Table 2를 보면 첫 6개월째의 섭취 칼로리보다 2년째 섭취 칼로리가 더 낮거나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체중이 증가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습니다.


편집자의 글(Editorials)에서도 단백질 그룹에서 고단백 그룹과 평균단백 그룹의 단백질 섭취량이 소변내 nitrogen 배출량으로 평가해보면 총섭취에너지의 1-2%만 차이를 보여 10%의 차이를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Katan은 “...but the present data do not allow a firm conclusion to be reached, because differences in macronutrient intake were too small."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

거대영양소 조성의 차이가 칼로리 제한보다 중요하다고 믿는 저는 이런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표나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탄수화물섭취량을 줄이고 단백질섭취량을 늘리는 다이어트를 하면 칼로리와 관계없이 체중감량 정도가 다른 다이어트 방법에 비해 의미있게 차이가 납니다. 단백질섭취를 강조하는 다이어트 방법의 대표주자가 앳킨스 다이어트이고 앳킨스 다이어트는 거의 대부분의 연구에서 체중감량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이 연구도 단백질 섭취량을 10% 차이가 날 수 있게 적극적으로 intervention을 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지 모릅니다. 어쨌든 유명 학회지에 연구결과가 실릴 때 매스컴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됩니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매스컴의 호들갑과 실제 연구결과의 의미가 큰 차이가 있음을 잘 알고 차분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쓴다는 것이 이렇게 내용이 길어졌네요.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