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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원장/건강이야기

식욕억제제 시부트라민을 떠나 보내며... 그렇게(?) 위험한 약이었던가?

몸짱의사 2010. 10. 14. 10:56

피트니스월드 유부빌더입니다. 얼마전에 식욕억제제의 대명사(?) 시부트라민의 운명이 결정되는 발표가 났습니다. 미국 FDA에서 시부트라민 제제의 시장철회 권고를 발표했고 시부트라민제재의 선구자(?)인 애보트사가 자진 철회를 결정하였습니다. 그에따라 호주, 홍콩등 다른 나라에서도 서둘러 사용 중지를 결정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미국 및 다른나라의 결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론을 내릴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때 식욕억제제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시부트라민 제제의 퇴출을 바라보면서..... 그 역사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고 기존에 이 약을 드셨던 분들이 가질법한 걱정에 관한 얘기를 같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A woman sits at the National Mall in Washington DC on August 13, 2010. Obesity in the United States has increased to 2.4 million obese Americans since 2007, according to a report released this week by the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UPI/Alexis C. Glenn Photo via Newscom



시부트라민, 비만약 시장에 폭풍을 일으키다.


시부트라민이 세간의 큰 주목을 받으며 폭풍같은 반응을 일으킨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됩니다. 이름하여 STORM (Sibutramine Trial of Obesity Reduction and Maintenance) study 입니다.

이 연구에서  600여명을 대상으로 시부트라민과 위약을 투여하여 비교한 결과 시부트라민을 복용한 사람들은 줄인 체중을 2년 정도 잘 유지하였지만 위약을 투여한 사람들의 경우 2년 후 상당부분 원래 체중으로 돌아간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약의 부작용으로 혈압이 상승되는 결과를 보여주었으나 체중이 줄면서 이 부분이 상쇄되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시판 후 사용 실적 조사(PMS)에서 혈압이 정상이던 사람들은 혈압이 약간 상승하나 고혈압 환자군에서는 오히려 혈압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STORM 연구와 그 후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라 식욕억제제 중 2년 장기 복용을 FDA에서 승인한 유일한 약제[각주:1]라는 칭호(?)를 얻으며 비만약 시장에서 폭풍(STORM)처럼 등장을 합니다.

시부트라민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연구, SCOUT


FDA에서 2년 사용을 보증(?)한 안전한(?) 식욕억제제라는 칭호를 받고있던 시부트라민제제를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됩니다. SCOUT(the Sibutramine Cardiovascular OUtcome Trial)가 그것입니다.

이 연구는 심혈과 질환 또는 당뇨병등과 같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 그림에 보면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위의 어려운 얘기를 풀어서 얘기하자면 심혈관질환, 그리고 당뇨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살을 빼겠다고 시부트라민 제제를 먹으면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11.4% vs 10%)

이 결과를 좀 자세히 들여다보니 당뇨병 만, 또는 심혈관계 질환만 있는 사람들에서는 시부트라민을 먹은 경우와 가짜약을 먹은 경우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당뇨와 심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경우 시부트라민을 먹은 사람들에서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18% 높게 나왔습니다. 금번 시부트라민의 퇴출이 결정된 이유가 바로 이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연구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약 자체를 퇴출한다는게 섣부르다, 특히나 이번 결과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인 그룹은 당뇨와 심혈관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실제 시부트라민을 처방받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기저 질환이 없는 젊은 여성인 현실에서 무조건적인 퇴출은 과하지 않느냐'

는 의견이 있는 반면

'비만은 질병이라고 외치면서 치료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결과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할 약이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를 보인다면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에서 결국 승자는 퇴출을 주장한 쪽이 될 거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한가지 재미있는(?) 내용은 시부트라민 퇴출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 연구를 진행한 주체가 바로 시부트라민의 선구자인 '애보트'사라는 것입니다. 시부트라민제제를 만들어서 팔고있는 제약회사가 천문학적인 자비를 들여 진행한 연구가 결국은 자신의 발등을 찍은 셈인 것이지요.

모르긴 몰라도 애보트사의 연구 취지는 이러했을 겁니다.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을 한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면 그 환자군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처방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노렸겠죠. 심혈관질환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은 감기처럼 잠깐 약을 먹고 낫는 성질의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연구결과만 좋게 나온다면 처방 대상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각주:2]

그 결과는 참담했지만요....어쨋든.....

그렇게 위험한 약일까?


자 그럼 기존에 시부트라민 제제(리덕틸, 슬리머, 엔비유 등등....)를 처방받아 드시던 분들의 경우 퇴출 뉴스를 접하고나서

나도 저 약 먹고 있는데!!!!!!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거 아닐까??? 후덜덜~ ㅜㅜ


라고 겁을 잔뜩 집어 먹고 계실지 모르겠네요.

위에서 시부트라민제제의 흥망성쇠에 관하여 알려드렸듯이 이번에 시부트라민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이유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 즉 당뇨와 심혈관 질환이 함께 있는 사람들이 약 복용시 사망률이 높게 나왔기 때문' 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기저질환이 없는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의 경우 특별히 겁을 내거나 두려움에 떠실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우선 최종 결정을 지켜본 후 주치의와 치료 방향에 관하여 상담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한때 식욕억제제의 대명사였던 시부트라민 제제의 흥망성쇠에 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비만과 체형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의사 1인으로써 이번 판단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높으신 분들이 오죽이나 알아서 잘 결정하셨겠습니까? 다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번 시부트라민의 퇴출 결정에 관하여 어떤 평가를 할 것인지 궁금하긴합니다.

당분간 식욕억제제 처방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고민은 늘어만 갈 거 같군요....ㅜㅜ




  1. FDA는 sib​utr​mai​ne의 long term use를 승인했​고, 제조사​에서는 임상실​험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한 기간이 2년이​라고 label에 표시 [본문으로]
  2. 저는 이렇게 써 놓았으나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시부트라민이 유럽에서 허가받을 당시 심혈관 질환자들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하기로 되어 있었고 그에따라 진행된 연구라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