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자주 글을 써야겠다고 맘을 먹고 나서부터는 시도때도 없이 '어떤 내용에 관하여 글을 써볼까??'하는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아무래도 운동, 다이어트에 관하여 자주 글을 쓰다보면 너무 금방 밑천이 들어날꺼 같아서 건강과 잡담에 관한 글을 늘려볼까 합니다. ㅋㅋㅋ
오늘은 그냥 잡담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거 같네요.
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의사입니다. 의사중에서 전공은 '가정의학과'입니다.
어디가서 의사라고 밝히면 (다들 잘 믿진 않습니다만...) 전공이 무어냐고 물어봅니다. 전 가정의학과라고 대답하구요.
그럼 50%정도는 '가정의학과는 뭐하는 곳인가요????' 요렇게 되묻곤 합니다.
요런 질문을 간혹 받게되면 저의 대답은 '가정을 지키는 과입니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럼 '썰렁하게 뭥미??? ㅡ,.ㅡㅗ;;;;' -> 요런 반응들이 대다수입니다. 좀 썰렁하긴하죠?
제가 요렇게 대답을 하는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가정의학과 의사는 가족의 주치의다.
사실 가정의학과의 설립 목적(?)은 일차의료를 담당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럼 '일차의료가 뭐냐????' 는 질문에 아주 쉽고 저렴하게 대답하자면 '동네 의원을 말합니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말 그대로 동네에서 혈압약, 당뇨약, 관절염약 타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기침하는 동네 꼬마들, 감기걸려 목아픈 아저씨, 안쓰던 화장품 쓰고 두드러기 생긴 아줌마, 하이힐 신고가다 발목을 삐끗한 동네 얼짱 아가씨등등...요런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경한 질병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곳입니다.
'혈압약은 내과에서 타면되고, 목아프면 이비인후과가면 되고, 두드러기는 피부과 가면 되고, 발목을 삐면 정형외과를 가면 되지 굳이 가정의학과에서 이걸 다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 요렇게 질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53세 강모 아주머니가 목감기에 걸렸습니다. 목이 아프고 기침하고 콧물나고 근육통이 생깁니다.
오전중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후에 목감기약을 받아서 집에 왔습니다. 처방받은 약을 보니 콧물나는데 항히스타민제와 근육통에 대한 진통제, 그리고 기침약과 소화제를 3일치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점심에 해산물을 먹고 오후부터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얼른 동네 피부과에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두드러기라는 설명과 함께 항히스타민제와 약간의 스테로이드제제를 받아옵니다.
다음날 장을보러 가던 강모씨는 그만 발목을 접질립니다. 절뚝 거리며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발목을 삐었다는 말과 함께 다시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처방받습니다.
자 이분이 그날 저녁에 3군데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한꺼번에 복용한다면???
항히스타민제와 진통제가 중복이 되는군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약에 따라서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중복해서 먹는다면 졸음은 더욱 심하겠죠?
소염진통제의 경우 약에 따라서는 속쓰림등의 증상과 과다하게 장기복용시 위궤양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분이 만약 한곳에서 모두 진료를 받으신다면 어떨까요???
두드러기로 방문하여서는 중복되는 항히스타민제는 빼고 약간의 스테로이드제만 받아가실테고, 발목을 삐어서 왔을때는 근육이완제 정도만 추가로 드릴 수 있을겁니다.
뭐 물론 이비인후과 샘이 두드러기를 모르고, 정형외과 샘이 목감기를 모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자신의 증상에 맞는 과를 스스로 판단하여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똑똑하게 자신이 어떤약을 처방받아 무엇을 얼마나 먹고있는지 말하지 않으면 이렇게 중복된 처방을 받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나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우 더더욱 그렇구요.
한곳에서 non-stop으로 진료가 이루어 진다면 이런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줄어들 겁니다.
사실 이러한 목적으로 가정의학과 의사들은 수련기간동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과 파견으로 보냅니다.
12달중에 실제로 가정의학과에서 일하고 배우는 기간은 기껏 2~3달 남짓이고 나머지 시간은 내과,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등....에서 일차의료에서 꼭 배워야 할 부분을 배우고 돌아옵니다.
(2) 남의 가정 뿐만 아니라 내 가정을 지킬 가능성도 높다.
이 말은 무슨말이냐???
뭐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전공의시절(인턴, 레지던트) 의사들이 개인적인 시간이나 자신의 가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요새는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 정형외과의 경우 1년차가 300일 당직을 서는 곳도 꽤 있었습니다. (365일 중에 300일 당직이면....??? ㅡ,.ㅡ;;;;)
전공의 시절에 결혼이라도 한다면 자신의 가정에 충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실 가정의학과의 경우 이러한 일에대한 부담이 비교적 적은게 사실입니다.
레지던트 1년차 생활을 하면서 거의 매일같이 당직을 서는 경우도 있지만 5시 30분 칼퇴근 하는 경우도 꽤나 있으니까요.
이런경우 자기 개발이나 사회활동에 시간을 투자해볼 수 있고 가정이 있다면 맞벌이 하는 와이프보다 좀 더 일찍 퇴근하여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마눌님을 맞이할수도 있습니다.
수술을 하는 외과 파트의 경우 1년차가 5시 반에 칼퇴근 하는건 거의 상상하기 힘든일입니다.
갓 결혼하고 300일 당직하던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오랫만에 집에 갔더니 내 침대에 다리가 4개가 있더라...' 는 전설같은 얘기는 가슴을 짠하게 만드네요.....
어쨋든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덕에 자신의 가정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과가 바로 가정의학과 입니다.
사실 가정의학과는 대학병원내에서도 약간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합니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든 이때에 마치 남의 밥그릇을 넘보는 도둑 고양이 같은 시선을 받을때도 있습니다.
뭐 사실 에로사항이 없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만은.......
어쨋든 가정의학과를 전공한 의사의 한 사람으로써 가정의학과가 뭐하는 곳인지 널리 알리기 위해 잡담에 가까운 글을 한번 써봤습니다.
동네 가정의학과를 보시면 '아 저곳에 가면 왠만한 가벼운 질병은 모두 진료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잘생기고 괜찮은 의사샘이 근무하신다면 단골로 만드셔도 좋을거구요~
가정의학과 화이팅!!!!! (마무리가 좀.....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