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역 정형외과 박상준의원 공식 블로그

박상준원장/건강이야기

교통사고나면 뚱뚱한 사람이 덜 다칠까?

몸짱의사 2010. 4. 22. 08:33


피트니스월드의 유부빌더입니다. 오늘은 얼마전 제 눈을 확~~~ 사로잡은 아주아주 재미있는[각주:1] 박사님의 실험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안전벨트를 맨 채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중 누가 더 많이 다칠까요? 뚱뚱한 사람이 지방이 더 많으니까 쿠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덜 다치게 될까요? 과연 다치는 부위는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이 같을까요 다를까요?

이런 내용을 궁금해하신 박사님들이 계시더군요. 이 박사님들이 그냥 궁금해 하는것에 끝난것이 아니라 조금은 엽기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하십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


조금 엽기적(?)인 연구방법!


연구의 내용도 독특하지만 연구 방법은 더욱 눈길이 갑니다. 우리가 보통 자동차 충돌 실험을 하면 사람과 비스무레하게 생긴 인형[각주:2]을 가지고 하지요. 당연하겠지만 실험 좀 하자고 진짜 사람을 태워서 사고를 낼 수는 없을테니까요....

문제는 그 인형이 뚱뚱한 인형 vs 날씬한 인형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몸이란게 뚱뚱해지면서 지방이 주로 쌓이는 특정 부위가 있기 때문에 인형으로 무게만 늘려 놓으면 실제 사람과는 차이가 많이날 수 밖에없다는 것이죠...

어쨋든 그래서 이 박사님들이 상당히 독특한 방법을 고안해 내십니다.

바로....

운전석에 사체를 태워서 실험을 하신거죠...!!!!! ㅡㅡ;;;;;;

뚱뚱한 사체 3구와 정상 체중의 사체 5구를 가지고 실험을 하셨습니다. 사체를 운전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맨 뒤 시속 48km로 충돌 시켰을 때 뚱뚱한 사체와 마른 사체의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았습니다....컥~



뚱뚱한 사람 vs 마른 사람, 다치는 부위가 다르다!



자 그럼 뚱뚱한 사람과 마른사람이 사고났을 때 어떻게 차이가 있을까요? 다음 사진을 보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마른 경우]

123마른 경우 충돌직전충돌 후 엉덩이가 최대로 앞으로 나갔을 때충돌 후 상체가 최대로 전진하였을 때


[뚱뚱한 경우]
뚱뚱한 경우 충돌직전충돌 후 엉덩이가 최대로 앞으로 나갔을 때충돌 후 상체가 최대로 전진하였을 때





(1) 엉덩이-골반, 하체의 손상


마른 경우와 뚱뚱한 경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엉덩이- 골반의 움직임' 차이였습니다. 즉 뚱뚱한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안전벨트가 잡아 주기 전 까지 엉덩이와 골반이 더 많이 앞으로 전진한다는 것이지요!

마른 경우 엉덩이가 거의 앞으로 밀리지 않음뚱뚱한 경우 엉덩이-골반 자체가 앞으로 많이 밀림

이렇게 엉덩이-골반이 앞으로 많이 전진하다보니 다치는 부위도 차이를 보일 겁니다. 실제로 뚱뚱한 사람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엉덩이와 골반, 다리쪽의 큰 부상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엉덩이와 골반이 앞으로 밀리면서 자연스레 다리도 앞으로 쏠릴 것이고 자동차 아래 부분에 있는 구조물에 부딪힐 가능성이 더 높아질 테지요....


(2) 가슴의 손상

또다른 차이점은 안전벨트가 잡아 준 이후입니다. 안전벨트가 사람을 더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게 한 후에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게 될텐데요, 그때에도 뚱뚱한 경우와 마른 경우에 차이점을 보입니다.

가슴의 위쪽 부분은 쇄골과 갈비뼈가 조밀하고 튼튼하게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반면 가슴 하부는 구조 자체가 조금 느슨합니다. 따라서 가슴의 '상부'에 충격을 받는지 '하부'에 받는지에 따라 같은 충격에도 다른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다음 그림을 보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위에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마른 경우 엉덩이가 앞으로 거의 전진하지 않기 때문에 가슴 상부만 앞으로 갔다 다시 뒤로 옵니다. 따라서 가슴 상부에 충격이 몰리게 되고 쇄골과 갈비뼈의 조밀한 구조 덕에 손상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지요.

반면 뚱뚱한 경우 몸 전체가 앞으로 쏠렸다 뒤로 돌아오면서 부딪히기 때문에 가슴 상부 뿐만 아니라 하부에도 큰 충격을 받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한 구조로 되어있는 가슴 하부에 많은 충격이 가면서 가슴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그 외 머리부분은 뚱뚱한 사람의 경우 전체적으로 앞으로 많이 나가지만 고개가 꺽이는 정도가 마른 사람에 비해 덜하기 때문에 이마 쪽 손상을 받을 가능성은 좀 적어보이네요. 그림만 봐서는 목 쪽 손상은 마른 사람이 더 많을거 같기도 하구요.....

아무리 현실과 비슷하게 하려 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벨트의 위치, 사고나는 상황에 따라 다치는 기전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걸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는 없을 겁니다.

따라서 단순히 뚱뚱한 사람이 더 다친다 또는 마른 사람이 더 다친다로 단정지어서 얘기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 다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에서 사고가 났을 때 움직임 자체가 다르므로 주로 손상받게되는 부위가 다르게 된다는 점을 눈여겨 보면 될 거 같습니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박사님들의 다양한 연구를 보는 재미 또한 매우 쏠쏠하네요~ 앞으로도 좀 더 신선하고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면 발빠르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참고문헌 : Is There Really a “Cushion Effect”?: A Biomechanical Investigation of Crash Injury Mechanisms in the Obese - Obesity (2010) 18, 749–753.


 
  1. 이런걸 재미있어 하니 저도 변퉤기가 있나 봅니다...ㅡㅡ;;; [본문으로]
  2. dummy라고 하나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