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대략 2년 전 여름이었다. 유부빌더가 삭발을 하기로 결심 한 것이.... 뭐 이유는 별거 없었다. 삭발이라는 걸 한번 꼭 해보고 싶었다는 것! 그리고......날씨가 너무너무 덥다는 것.....

당시 나는 레지던트 2년차로 일반외과 파견중이었다. 이때 아니면 내 평생 다시는 삭발이라는 것을 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삭발을 실행에 옮긴다. 그리구선 바로 인터넷으로 바리깡을 구입했다. 가격은 33000원.....




당시 나의 계산은 이랬다. 미용실 가서 머리 한번 자르는데 대략 12000원. 그러니 33000원짜리 바리깡을 사서 3번만 사용해도 이득이라는 얘기다.

삭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를 자주 밀어주지 않으면 엄청 지저분하다. 차라리 아주 짧은게 낫지 짧은것도 아니고 긴것도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게 된다. 따라서 삭발을 하면 더 자주 머리를 다듬어야 한다. 그러니 바리깡 기계를 사는게 남는 장사라는게 유부빌더의 논리였다.

어쨋든 나름 이렇게 짱구를 굴려 구입한 바리깡을 가지고 혼자 조용히 욕실로 들어가 벼룩시장 신문 2장을 깔았다. 욕실에서 그냥 깎았다가는 하수구가 막혀 욕을 한바가지는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밀대 중 어떤걸로 할까 고민하다가 과감히 3mm짜리를 장착했다. 이걸로 내 머리를 밀면 3mm짜리 삭발머리가 탄생한다는 얘기다. 쵸큼 짧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왕 할 거 확실히(?) 하자는 마음에 과감히 실행에 옮긴다.

결과는...??


흐음... 요정도면 혼자서 벼룩시장 신문위에 머리를 쳐박고 민 머리치고는 상당히 잘 나왔다고 스스로를 위했다.(?) 적어도 주변에서 우려했던 만큼 끔찍한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어오기 전 3개월동안 대학병원에서 삭발한 의사로 지내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정리해보았다.


얻은 것(?)



당시 나는 외과 파견이었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응급실에서 외과가 담당하는 환자는 환자 자신도 그렇고 보호자도 그렇고 좀 거친 경우가 많다. 원래 응급실이라는 곳이 그렇지만...

어쨋든 나름 한 인상하는 얼굴의 소유자이기도 한데다 삭발까지 했으니 나의 인상은 거의 조폭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실제 사회에서도 왠만한(?) 사람은 나랑 잘 눈을 맞추지 않으려 했다.

어쨋든 험악한 인상 + 삭발한 머리 덕에 내가 담당한 환자나 보호자는 언제나 병원에 별 불만이 없었다. 내가 오기전까지 응급실에서 진상을 떨던 사람들도 나와 대면을 하는 순간 한마리 순한 양으로 변해있었다....

잃은 것(?)



삭발을 하고 보름 정도 지났을까?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밥과 반찬, 국을 퍼담고 있는데 바로앞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병원장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나를 위, 아래로 훑어 보시던 병원장님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자네는 뭐하는 사람인가?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입니다.


머리는 왜 그모양인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잘랐습니다.



아니 의사가 덥다고 삭발을 하면 되나!! 전 세계에 삭발한 의사가 어디있나!!!


.....................................


나는 속으로 '선생님은 그레이 아나토미도 안보십니까? 전 세계에 삭발한 의사가 저하나 밖에 없겠습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꾸욱 참아야만 했다...

 그리고는 그 바쁜 아침시간에 밥이 가득 담긴 식판을 들고 10분동안 병원장님의 격한 설교를 들어야만 했다.

본인이 얘기하면서 스스로 흥분하던 병원장님은 끝내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씩씩 거리며 사라졌다.

이런 건방진 녀석!!!!

건방진건 또 뭥미???ㅡㅡ;;;




어제 서울 낮기온이 10도를 넘어섰다. 오후에 운전을 하는데 따스한 햇살에 너무 더워서 창문을 열게되었다. 이제 화사한 봄이 잠깐 스쳐지나면 또다시 푹푹 찌는 여름이 찾아 올 것이다. 그때 즈음 되면 2년간 집에서 곱게 잠자고 있던 바리깡이

내가 시원하고 예쁘게 3mm로 잘라줄께~ 일루와봐~ 흐흐흐~


요러면서 나를 꼬실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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